Sunday, January 13, 2013

작은 티끌이 가릴 수 있는 범위.




인간이 어떤 사물의 웅장함에 감탄하는 것은 대부분 눈을 통해 시작 되는 듯 싶다. 나는 "의학생" 이 아니라 인간이 감탄사를 내뿜기 까지의 신경의 흐름 혹은 신체의 반응 절차에 박식하지 않다. 그리고 나는 "철학생" 도 아니라 인식론의 순서를 나열 할 수 있는 지식도 아직은 없다. 그렇지만 나는 사물의 웅장함을 순식간에 빨아 드리는 "눈" 이라는 블랙홀을 막을 수 있는 것을 한가지 알고 있다. 눈 앞에 펼쳐진 그랜드캐년의 장관을 덮어버리는 것은, 눈에 낀 먼지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. 특정한 사물이 뿜어내는 웅장함을 막는 것은 그 것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아도 된다. 티끌 하나로도 나의 인식의 통로가 막아진다.

에베소서 1:18 절도 마음의 눈에 관해 말하고 있다. 지금 쓰는 글은 본문과의 연결된 생각은 아니지만, 마음 역시 "눈" 이라는 인식의 통로가 있음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구절이라 생각되어 적어본다. 육체의 눈이 바라보는 대상이 누구든, 동공을 가리는 먼지 하나면 인식을 막아버리기에 충분하다. 이처럼 마음의 눈도 작은 먼지,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, 스쳐가다 멈춘 생각이, 마음이 바라보는 대상의 존재를 싹 가려버릴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.

예배 때에 이 현상은 지극히 강하게 나타난다. 자리에 앉아 말씀을 읽으며 나의 마음의 동공은 한 곳을 쳐다보려고 하는데, 갑자기 지나가나 멈춰버린 생각이 떡하니 눈을 가려버리는 적이 셀 수없이 반복된다. 쓸데 없는 생각 하나가, 잠시 집중하던 상상속의 일이, 아니면 갑자기 떠오른 화나 슬픔이 마음의 눈을 가려버려서, 내가 쳐다보고 있던 하나님의 웅장함은 내 마음에서 자취를 감춰 버린다. 슬픈 일이다. 작은 티 끌이 가릴 수 있는 범위는 제한이 없다.

이런 의미에서 오늘 설교의 본문, 마태복음 7:3-5절 말씀에서 예수님의 말씀이 마음을 뒤흔든다. 내 눈의 들보를 빼고, 남들 눈의 티를 빼라는 말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. 예배를 드리는 자, 그리고 예배를 이끄는 자, 나의 눈에 가득한 들보를 빼어 하나님의 웅장함을 쑥 받아드리고 싶다.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받아 드리는 내 마음의 흡입력은 터무니 없이 약하지만, 부디 먼지 하나 때문에 통로가 막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. 어거스틴의 말처럼, 나의 마음은 하나님을 예배할 때 진정한 휴식을 얻게된다. 그 휴식을 진심으로 갈망한다. 방학도, 휴가도 주지 못하는 휴식의 주체는 하나님이다. 그 분에게서 진정한 휴식을 찾을 수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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